(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람들은 "전부 노무현 탓이다."라고 이야기 하면서, 모든 것을 그의 탓으로 돌리며 그를 비판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냥 묵묵히 말없이 바위처럼 있었다. ]
난
그가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왔을 때부터, 그러니까 '노사모'가 결성되었을 때 즈음부터 노무현을 지지했었다. 그리고, 그가 보수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 휘둘려, 국민들의 지지를 잃어갈 때에도 난 그를 지지했었다. 그리고 그가 퇴임하는 순간, 최악의 지지도에
괴로워했을 때에도 그를 지지했었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이다. 난 그를 끝까지 지지했었다.
그런 그가,
떠났다. (모르겠다. 경찰은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언론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항상, 진실은 경찰발표와 언론 저 너머에
있었다. 자살인지, 아니면 타살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노무현 그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09년 5월 23일 그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사실 23일 당시 언론은 '서거'가 아니라 '사망'이라는 표현을 먼저 썼다. 그래서 난 처음에는 누군가 장난치는 줄 알았다.)
멍~
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난 정치보복성 수사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믿는다.(모르겠다. 이런 글을
쓰면, 또 검찰에서 딴지를 걸고 넘어질려나... 지금의 검찰은 그러고도 남을 듯 하다.) 그리고, 현 정권(17기 이명박
정권)에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 분노가 계속되고, 금일 29일(금요일) 영결식날 난 회사에 휴가를 내고 경복궁을 향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분노했다. 추모객 숫자보다 더 많아 보이는 전경들, 경복궁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는 저지선, 그리고, 어디
광고에나 쓰일법한 전광판에서 방송되고 있는 영결식을 보고 있으라는 말... (특히 "조선일보"라는 큰 건물 명 아래에 위치한
전광판에서 '영결식'이 방송되는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황당함과 분노를 일으켰다.)
그리고 난 이러한 분노가
이성을 막아설까봐 두려워,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청앞광장 노제를 뒤로한체... (나의 성격을 잘 아는 집사람이 시청에 가는
것을 극도로 반대했었던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지금은 두 가지 심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과연 그때 뒤돌아 온것이 잘한 것인지
아닌지...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분노에 이성을 잃을 수도 있었으나 잘 참아낸 선택이였다는,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의 혼재가....)
그리고 집에서 생방송을 지켜보았다. (이명박 정권부터는 뉴스 및 기타 시사 프로는 되도록이면 MBC를 본다.) 말없이 하염없이 방송을 지켜 보고 있던 가운데, 29일 저녁쯤, 처음으로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사람들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라고 말했다.
그랬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왜 내가 이렇게까지 슬퍼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몰랐는데, 이유는 그거였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난 노무현을 지지해 왔었다. 그렇지만, 반 노무현의 목소리가 높았을때, 난 "나도 노무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으로 시작하는 말로, 소극적으로 그를 지지했었다.
그랬다. 난 비겁했다. 난 당당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언제나 당당했다.
오
바마 현 미 대통령이, 그의 당선의 변에서,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옳은 일은 아닐지언정, 난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정직하게
하겠다."(정확하게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뜻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랬다. "바보 노무현"은
그랬다.
그는 결코 그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타협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지지하면서도, 난 비겁했다. 그 미안함. 그게 아마도 눈물이 되어 흘렀으리라.
그
가 그렇게 힘들고 고독하게 싸우고 있음에도, 난 비겁했고, 소극적이였다. "난 힘이 없어." "난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어."라는 자기 변명으로, 비겁하게 난, 도망쳤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잃는게 두려워 비겁하게 도망쳤다.
그리고, 이제 그가 갔다.
그런 그가 나에게 묻는다. 넌, 타협하지 않고, 신념과 소신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느냐고...
(난 그가 했던 모든 것들이 '옳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게 아니다. 그는 정직했고, 당당했고, 원칙과 소신에 따랐다. 그걸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다.
난,
아직 한번도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인터넷에 글을 올려 본 적이 없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글을
올린다. 나의 비겁함에 대한 작은 속죄로, 또 부끄럽지 않는 삶의 작은 첫걸음으로...(이 글을 공개하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더
긴 생각이 필요할 듯 하다. 괜시리 그에게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줄 수도 있기에...)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했었고, 사랑하고 또 앞으로도 사랑할 대한민국 16기 대통령 故 노무현 님.
나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굳게 해 본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워야 겠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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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3일 : 위 글은 故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당일날 썼던 글이다. 그렇지만, 그 당시 난 이 글을 공개하지
않았다. 내가 쓴 이 글이 부끄러워서 인지, 아니면 어떠한 불이익이 두려워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서거 1주년을
맞이한 지금, 이 글을 공개한다. 지금의 나에겐 1년 전과는 달리, 공개하지 못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 "우리는 노무현을 맞이할
자격이 없었다." 라는 글을 어디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서거 1주년이 된 오늘, 난 나에게 다시금 물어본다. "과연 지금의 난
노무현 맞이할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언젠가 또다른 바보가 나타났을때, 그를 맞이할 자격이 있겠는가?" 를...
(2010년 6월 2일, 지방 선거가 있다. 과연 이번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