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 대한민국은 '조언'의 문화보다는 '훈계'의 문화가 지배적인 것 같다.
'조언'의 문화란,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제안' 같은 것을 의미하고, '훈계'란 상하관계에서 가르침을 뜻한다.
대한민국에서 부모/자식 관계는 대등하기 보다는 상하관계에 가깝다.
따라서 부모는 자식을 '훈육'하게 되고, 자식입장에서는 가르침을 받게 된다.
'조언'이든 '훈계'든 어떤 것이 낫고 나쁜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훈계'의 문화에서 사용되는 '가르침'이  '질책'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다.
사실 상당히 많은 경우, 상하관계에서의 '훈계'는 '가르침'보다는 '질책'의 의미를 가진다. '사랑'이 바탕이 되는 부모/자식 관계도 그러할진데, 다른 사회적인 관계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겠다. 그래서 그런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경우는 잘 모르겠다.),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감사합니다.' 보다는 '죄송합니다.'가 더 익숙한 것 같다.

예를 들어, A 신입사원이 거래처와의 일을, 조금 어설프게 처리했고, 그래서 B대리는 A신입사원의 일처리에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고 생각하자. 만약 A가 신입사원이 아니라 대리 혹은 과장이였다면, 위 사안은 '질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신입사원이다. A가 일의 내용을 어설프게 처리할 것은 당연한 일이고, 아마 신입사원에게 맡긴 일이라면, 어느 정도의 실수는 용납될 일이 였을 것이다. 이런 경우, B대리가 A사원에게 하는 말은 '질책'처럼 들릴지라도 '훈계'에 가깝다. 그렇다면, A사원의 대답은 '죄송합니다.' 보다는 '감사합니다.'가 옳지 않을까?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고 가르쳐 주어서 감사합니다. '가 맡는 대답이 아닐까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죄송합니다.'가 먼저 튀어나온다. 자라온 환경에서 '훈계'보다는 '질책'을 받아왔던 탓이리라.
설사, '질책'이라 할지라도, '감사합니다.'는 여전히 유요한 반응이다.
'질책'했다는 자체가, 관심의 표현이고, 더 잘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김없이 '죄송합니다.'가 나온다.

어찌보면, 문화가 만들어낸 것인 것도 같다. 그리고 사실, 이것이 '잘못되었다!'라고 말할 근거도 용기도 없다.
그렇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죄송합니다.'보다는 '감사합니다.'가 듣기도 좋고, 한결 부드러운 것 같다. 아닌가?
'조언'이든 '훈계'든 아니면 그것이 '질책'이든, '죄송합니다.'보다는 '감사합니다.'가 먼저 생각나고 떠오를 수 있는 문화, 그런 문화는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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